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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음악

종현, 기억을 떠올리며

포솟(ForSO) 2018. 1. 3. 00:09

종현 솔로 콘서트 ‘<THE AGIT> 유리병 편지(The letter) - JONGHYUN’, SM 엔터테인먼트


지난 1218, 샤이니의 영원한 메인보컬 종현이 돌아오지 않을 곳으로 떠났다. 종현이 스스로 삶을 끝낸 것에 대해 SNS 등의 개인 매체에서 그치지 않고, 대중 매체에서도 마구잡이로 보도가 되었다. 그가 삶을 끝냈다는 소식을 가십처럼 전하는 것에 더해서 말이다. 사람들은 그가 가지고 있다던 우울증과 그가 삶을 끝낸 것을 연결지었고, 그 이유로 그와 그가 속한 그룹이 받아온 비난과 최근 늘어난 비판점들에 대해 말을 했다. 그가 작곡, 작사하거나 참여한 곡들은 다시 주목받으며 차트에 올랐고, 그가 남긴 노래가 무엇을 암시하는지를 왈가왈부했다. 대중들은 소품집에 포함된 하루의 끝’, ‘Lonely’에 눈물을 흘렸고, 종현이 작사, 작곡하고 이하이가 부른 한숨을 따라 한숨을 쉬었다.

종현을 떠올리며 추모하던 19일 새벽, ‘하루의 끝’, ‘Lonely’숨소리를 계속해서 듣던 중, 문뜩 그의 다른 노래가 생각났다. ‘가을이긴 한가 봐와 같은 프로젝트 음원도, ‘View’와 같은 샤이니로서 참여한 노래도, ‘우주가 있어와 같은 솔로곡 역시 생각났다. 그리고 가장 생각 난 노래는 ‘02:34’‘NEON’ 였다.

다만 그 노래들을 모두 듣는 것은 조금 미뤄둔 채, 마저 엘리베이터’, ‘산하엽등의 노래와 그의 목소리가 담긴 투명 우산’, ‘너의 노래가 되어등의 노래를 듣고 잠을 청했다. 이후 음악 없는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종현에게 편지를 쓰고, 인사를 하고 온 후에, 그리고 그가 떠난 이후에야 노래를 다시 들었다.

매우 슬펐고, 그래서 울었다. 그리고 계속, 종현이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에게 물었다. 이 자리에, 조금은 조심스레, 내가 기억하는 종현에 대해 이 글을 빌어 남기고자 한다.


샤이니의 메인보컬, 종현

생각해보면, 종현이 신곡을 내면 바로 들어봤고, 뮤직비디오와 무대를 꼭 챙겨보곤 했다. 정확히는 샤이니의 ‘Sherlock’ 이후 샤이니의 신곡은 관심을 가지고 들었고, 그들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감각적인 안무와 세련된 사운드, 아름다운 가사 등 그들에게 알게 모르게 빠져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종현은 있었다.

종현은 일찍부터 샤이니의 프로듀싱에 참여했다. ‘줄리엣과 같은 초창기 곡부터, ‘Prism’과 같은 최근 곡까지 꾸준히 참여했고, ‘View’너와 나의 거리 (Selene 6.23)’와 같은 가사는 인상 깊었다.

이 곡들에서 종현은 섬세하고 입체적으로 마음을 표현했다. “달콤히 찍어 문 빛의 퐁듀...저 하늘을 곱게 접는 이 바다를 병에 다는 시간도...”와 같이 공감각을 효율적으로 활용했고, “하루가 달리 변하는 네 모습은 포근히 밝게 빛나...손을 더 뻗어도 온 힘을 다해 뻗어도 넌 닿지 않아...”와 같이 애절한 감성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이때 종현의 보컬은 수줍어하면서도 당돌하고, 또 당당해졌고, 자신을 표현할 때는 겹겹이 쌓인 샤이니의 보컬 속에서 퍼져가며 짜릿하고 아찔했다. 그 와중에 그가 가진 섬세하고 높은 목소리는 오히려 무게감을 가지고 퍼져나갔다. 고음이 이렇게도 섬세하게 다른 목소리와 섞이기가 쉽지 않지만, 종현은 자신의 목소리를 무겁게 가져가며 세심하게 섞었다.

종현은 샤이니가 가진 어린 동생에서 성장하며 사랑을 당당하게 노래하는 이미지를 정확하게 반영하고자 노력했고, 타이틀곡에서 그가 가진 목소리는 명확하게 자리를 잡곤 했다. 타이틀곡 이외의 목소리에 담긴 감사와 방향 역시도 또렷하곤 했다.


솔로 아티스트, 종현

솔로 아티스트로 종현은 스펙트럼이 한층 더 넓어졌다. 데뷔 앨범 ‘BASE’, 정규 1좋아와 두 소품집은 각자 특색이 있었고, 또한 직접 부르지 않았지만 다른 가수들에게 작곡, 작사해 준 곡들은 범위가 넓었다.

데뷔 앨범 ‘BASE’에서, 타이틀곡 ‘Deja-vu’ 말고도 귀를 사로잡은 곡은 ‘NEON’ 이었다. 자신이 가진 고음을 극단으로 살리면서, 섬세하고 또한 섹시하게 표현하고자 했고, 이를 위해 본인이 낼 수 있는 음을 청량하게 끌어올렸다. ‘Deja-vu’의 곡에서는 한층 감각적이었다 할 수 있다. 정규 1좋아에서는 ‘White T-shirt’라는 곡에서 강하고 확실하게 불렀고, ‘우주가 있어에서는 감각적인 가사에 맞춰 신비롭고 관능적이게 불렀다.

이들 앨범에서 종현은 솔직하게 말을 했다. ‘Deja-vu’와 같은 곡에서 상대방이 느끼는 낯섦에 상관없음을 표현하며 cool 하게 좋다고 말하고, ‘좋아(She is)’에서는 마주만 봐도, 그래서 이 시간 자체도 좋다는 것을 말했다. ‘White T-shirts’ 역시 이런 느낌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훅과 악센트를 통해 상대방에 대해 솔직하게 말했다.

반대로, ‘NEON’과 같은 곡에서는 손에 잡히지 않는 너란 빛을 본 나...너 없는 세상의 색 지루해져...넌 조명 없이도 화려하게 빛나라 감각적인 가사를 말했다. ‘우주가 있어의 가사는 한층 더 신비롭다. ‘네 눈엔 우주가 담겼어라는 어찌 보면 뻔한 표현에 자신만의 감정을 풀어써 독자적인 표현을 구축하면서, 그 가사를 뱉어내는 목소리는 달콤하고 조금은 밀도가 높아 초콜릿이 녹아드는 느낌이 든다.


소품집의 종현은 좀 더 편안하다. 말하는 듯 목소리를 편하게 부르고, 기교를 과하게 넣지 않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02:34’에서는 가벼웠고, ‘하루의 끝에서는 부드러웠다. ‘Lonely’는 안타까웠고, ‘1000’에서는 편히 말을 걸어주곤 했고, ‘엘리베이터에서는 절절하면서 또 괴로웠다. ‘놓아줘에서는 신시사이저와 결합한 음을 넣어줬고, 비탄에 잠겼다.

소품집은 심야 라디오를 듣는 시간에 만들어진 노래였다. 모두가 지쳐있고, 그 시간에 집으로, 가족에게로, 혹은 친구에게로 돌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필요한 시간이거나, 조금은 편안한 안식이 필요한 시간이었다. 내일을 준비해야 하지만 종현의 목소리를 기다리거나, 혹은 잠을 이루지 못한 시간이었다. 종현은 이들을 위해 위로를 해 주었다.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라고 아주 편하게 듣고 싶은 말을 들려주는 하루의 끝, 지친 나만의 감성을 대신 말해준 산하엽을 썼고, 친구와 편히 만나는 그 시간 자체를 위한 ‘02:34’로 마음을 대변해주었다. 지쳐있음은 내뱉기 쉽지 않은 것이 지금이고 이를 ‘Lonely’에서 뱉어내며, ‘멍하니 있어로 그저 편한 휴식을 긍정해줬고, ‘엘리베이터로 독백을 들어주기 위해 노래했다. 소품집에서 종현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말했다.

아이유의 우울시계나 이하이의 한숨과 같은 곡에서, 종현은 일상에 감정을 담았다. 이 중 우울시계에서는 하루에 대해 목소리를 담은 아이유에게 어울리는 곡이었고, 거친 듯 말하는 듯이 부르는 이하이에게 한숨처럼 누군가에게 조심스레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가사를 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실제로 태민에게 준 ‘Pretty Boy’의 가사는 태민을 직접 그린 듯하면서도 은유하는 표현이 눈에 띄고, EXO에게 준 ‘Playboy’는 엑소의 컨셉과 잘 어울리는 가사이다.

태연과 부른 ‘Lonely’나 고영배와 함께한 가을이긴 한가 봐’, SM STATION으로 나온 한마디의 경우 종현의 감정이 잘 담기면서도, 태연에게는 일전의 듀엣 숨소리와 같이 실제 연인이 애절하면서도 상황에 대해 조금씩 받아들임을 각자가 이해하는 듯하게 느낄 수 있는 보컬과 가사를, ‘가을이긴 한가 봐에서는 체념을 받아들인 느낌이 들면서도 사람들이 가을에 관해 이야기하는 회한과 추억을, 그리고 문뜩 떠오르는 추억을 이야기하는 느낌을 주는 감성을 담은 가사와 목소리를, ‘한마디에는 수줍고도 섬세하게, 이제 막 시작하는 느낌을 담은 가사와 목소리를 담고는 했다.

그 곡들에, 맞추어 표현하면서 종현이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아마 노래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한다.

조금 우울한 날, 문뜩 시계마저 나를 우울하게 하거나, 뱉은 한숨에 누군가 성급한 위로를 내뱉거나, 혹은 누군가 이별에 상처를 줬을 수도 있지만, 지친 그날 누군가가 내준 어깨에 기대었을 것이고, 누군가가 내민 조심스러운 위로가 즐거웠을 것이고, 정말 다가오는 사랑에 설레고, 그로 인해 세상이 아름다웠을 것이다.

 

종현... 그 사람

생각해보면 종현은 누군가에게 꾸준히 공감했고, 누군가와 꾸준히 대화했고, 또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곤 했다. SNS상에서도 그는 비판을 온전히 받아들였고, 자신을 낮췄으며, 가르침을 청했다. 세상의 부조리에 분노했고, 단지 분노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자 했으며, 또 그것이 왜 잘못인지 찾고자 했다. 종현은 지금의 청년들과 공감했고, 함께 했다.

그렇기에 종현은 누구보다 지금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 위로임을 알았고, 내뱉은 한숨이 가볍지 않은 것을 알았고, 이 늦은 시간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에 사람들이 위로임을 알았다. 종현은 진심을 남겼다. 그는 20대 중반, 이제 사회에 발걸음을 막 내민 청년들과 같은 눈높이에 서서, 누구보다 사회에 가까이 서서 그저 한 사람으로 세상과 마주했다. 그는 이 인간성이 사라져가는 세상에 누구보다 인간으로 살고자 했고, 사람들에게 위로를, 사랑을 전달하고자 했다.

그는 누구보다, 20대 청년이었고, 또한 사람이었다.

종현은 우울증에 삼켜졌고,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종현에게서 삶을 끊어야 했던 이유를 찾거나, 그가 도와달라고 외쳤다는 말을 하고는 한다. 하지만 종현은 섬세한 감성으로 누군가와 공감하고 위로하고자 했고, 지친 우리에게 서로의 가치를 말하던 사람이었다. 종현이 말하고자 했던 것을 오해하지 않기를, 그리고 또 따스한 사람이 남겨둔 가치를 기억하기를 바란다.

필자의 친구가 이제는 마음은 아파도, 종현을 웃으며 볼 수 있다고 한 말이 떠오른다. 종현은 누군가에게 웃음을, 위로를 전하고자 했고, 또 공감하고자 했던 사람이니, 이젠 이 말을 전하며 그를 보내고자 한다.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고생했어요.

잊지 않을게요.

편히 쉬어요, 종현씨




힘들땐 연락하세요

보건복지콜센터 희망의 전화(129)

정신건강 위기 상담전화(1577-0199)

생명의 전화(1588-9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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